기승전 ‘유튜브’ 시대입니다. 2019년 12월 미디어오늘 독자권익위원회는 미디어오늘 콘텐츠가 올드미디어 비평·취재에 국한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 맞춰 비평과 취재를 확장하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2020년 한 해 동안 매주 주목할만한 유튜브 이슈를 다양한 시선에서 공부하고, 취재해 다루겠습니다. <편집자주>

유튜브에서 밀어주는 크리에이터가 있습니다. 유튜브 인기영상 탭에 접속하면 ‘인기 상승 중인 크리에이터’가 뜹니다. 지난해 국내에 도입된 기능인데요. 구글코리아 직원이 직접 선정하는 ‘인기 상승 중인 크리에이터’가 되면 채널에 인증 배지가 붙고 일정 기간 동안 인기영상 상단에 위치하는 등 홍보 효과가 큽니다. 일주일에 1~2명만 선정하기 때문에 특별한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유튜브는 선정 대상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최근 ‘인기 상승 중인 크리에이터’에 선정된 ‘노가다 김씨’라는 유튜버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 갑자기 등장한 그는 안전모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를 한 채로 얼굴을 가리고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고급 음식점에 방문하거나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내용이 주입니다. 그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페미 법안’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20~30대 남성에게 지능이 문제라고 말하는 등 거친 언행을 보였습니다.

▲ '노가다 김씨' 유튜브 콘텐츠 화면 갈무리.
▲ '노가다 김씨' 유튜브 콘텐츠 화면 갈무리.
▲ '윾튜브' 콘텐츠 화면 갈무리.
▲ '윾튜브' 콘텐츠 화면 갈무리.

그는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구독자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특유의 말투, 콘텐츠 소재, 설명 방식 등이 윾튜브를 연상시킵니다. ‘노가다 김씨’는 “안녕하세요 으, 아니 노가다 김씨입니다”라고 소개하는 식으로 자신의 정보를 흘리기도 합니다.

윾튜브는 하회탈을 쓰고 방송을 진행했던 시사 유튜버입니다. 보수 성향으로 한 때 60만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해 주목을 받았지만 과거 커뮤니티 활동을 할 때 했던 세월호 참사, 천안함 사건 등 조롱 발언이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그가 유튜브에 올린 콘텐츠 역시 조롱과 혐오 등으로 논란이 되자 유튜브는 가이드라인 누적 위반을 이유로 영구 퇴출했습니다. 퇴출 당시 언론 기사들이 나올 정도로 주목을 받기도 했죠.

이후 윾튜브는 여러 계정을 새로 만들어 다시 활동하려 했으나 유튜브는 영구 정지 크리에이터는 다시 채널을 만들어도 퇴출한다며 채널 삭제로 대응합니다. 윾튜브가 최근에 다시 만든 채널이 ‘노가다 김씨’입니다.

▲ '노가다 김씨'가 공개한  ‘인기 상승 중인 크리에이터’ 선정 당시 구글코리아가 보낸 메일.
▲ '노가다 김씨'가 공개한 ‘인기 상승 중인 크리에이터’ 선정 당시 구글코리아가 보낸 메일.

그랬던 유튜브가 ‘노가다 김씨’ 채널을 띄워줬습니다. ‘인기 상승 중인 크리에이터’에 선정하고 일부 크리에이터에게만 제공하는 일종의 후원 기능인 멤버십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잘린 유튜버가 신분을 숨긴 채 복귀하는 걸 바로 못잡아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유튜브가 윾튜브를 띄웠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힌트를 주고 이전과 대동소이한 콘텐츠를 올리는데 왜 그를 인기 상승 중인 크리에이터로 선정했을까요. 구글코리아 직원이 이 같은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걸까요? 콘텐츠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선정한 걸까요? 어떤 경우라도 허술하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건 유튜브의 대응입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12월26일 구글코리아에 그를 어떤 이유로 ‘인기 상승 중인 크리에이터’에 선정했는지 문의했습니다. 그러나 1월10일 현재까지 보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콘텐츠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면 이를 인정하면 될 일이지만 묵묵부답입니다. 답을 기다리던 도중 이 채널은 결국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삭제됐습니다.

유튜브의 압도적인 영향력은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겁니다. 최근에는 유튜브가 높은 신뢰를 받는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자신들이 영구 퇴출을 결정한 ‘노가다 김씨’를 띄워주고, 뒤늦게 계정을 해지한 후에도 자초지종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의사결정과 불투명성. 유튜브가 가진 문제의 단면을 드러내는 해프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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